밴쿠버 시내 돌아다니다 보면 진짜 띠용하는 광경이 하나 있거든. 바로 711 비치 애비뉴(Beach Ave)에 있는 흉물스러운 폐주유소야.
이게 왜 골때리냐면, 위치가 무려 ‘밴쿠버 하우스’ 바로 밑이거든. 밴쿠버 하우스가 어떤 곳이냐면 그랜빌 다리 옆에 밑동이 파인 것처럼 꽈배기 모양으로 꼬여 있는 초호화 럭셔리 콘도(고급 아파트)야. 지금 거기 펜트하우스가 68억 원에 매물로 나와 있고, 심지어 “프라이빗 지하 창고” 하나가 2억 8천만 원이 넘는다니까.
근데 바로 그 옆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철조망 뒤로 뼈대만 남은 주유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거지. 폴스 크릭(False Creek, 밴쿠버의 도심 속 바다 입구)의 산업화 시대 잔재가 녹슨 채로 썩어가고 있는 거야.
온라인에선 이 땅 주인이 왜 밴쿠버 하우스 재개발에 안 꼈는지 추측이 무성했지. 어떤 할아버지가 땅값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불렀다거나, 해외 투자자들이 시세차익 노리고 알박기를 시전했다는 썰도 있었어.
알고 보니 이 땅은 원래 택시 회사 정비소였는데, 2011년에 홍콩 쪽에 주소지를 둔 페이퍼 컴퍼니 같은 곳에 65억 원 정도에 팔렸어. 결국 밴쿠버 하우스 개발사인 웨스트뱅크는 이 땅이 너무 비싸니까 그냥 쏙 빼고 2020년에 59층짜리 건물을 올려버린 거지.
근데 웃긴 건, 이 폐주유소 땅이 혼자 남겨지니까 개발 가치가 떡락해버렸어. 2018년엔 89억 원이던 공시지가가 올해는 35억 원으로 반토막 났거든. 게다가 옛날 주유소 부지라서 재개발하려면 토양 정화 작업(기름으로 오염된 흙을 깨끗하게 만드는 작업)부터 싹 해야 하는 골칫덩어리가 된 거야.
동네 주민인 존 커디 아저씨한테 기자가 이 주유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까 쿨하게 웃으면서 이러더라. “인류학 박물관에 기증이라도 하려나? 잘 보존했다가 백 년 뒤에 공개하면 사람들이 ‘와, 저 땐 차에 기름이란 걸 넣고 다녔네’ 하고 신기해할 듯”이래. 진짜 뼈 때리는 유머 감각 아니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