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요일 밴쿠버 시청에서 최소 10년 만에 가장 기괴하고 어이없는 시의회 회의가 열렸어. 진짜 시트콤이 따로 없더라니까.
발단은 화요일 공청회였어. ‘유나이트 히어 로컬 40 (BC주 최대 호텔 노동자 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나와서 반대 발언을 했는데, 멀쩡히 영어 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통역사를 대동하고 나타난 거야. 심지어 그 통역사 중 한 명은 자기가 통역한다는 언어조차 할 줄 모른다고 자백함 ㅋㅋㅋ. 시의원들은 이거 완전 ‘필리버스터 (의회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장시간 발언하는 등 합법적 수단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 하려고 시간 끄는 거 아니냐고 팩폭을 날렸지.
근데 수요일 심야 회의는 한술 더 떴어. ‘빌리지스 플랜 (밴쿠버 시내 17개 거점의 상업 및 주거 밀도를 높이려는 도시 계획)’에 반대한다며 여러 명이 전화를 걸어왔는데, 말하는 게 죄다 어디서 복붙한 것처럼 똑같고 어색한 거야. 시의원들이 수상해서 캐물으니까 놀랍게도 다들 캘리포니아에 살고 밴쿠버는 와본 적도 없대.
그중 크리스티나라는 여자는 엄청 열정적으로 반대 논리를 펼쳤어. 근데 시의원이 개발 분담금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까 몇 초간 정적... 그러다 기침 큼큼 하더니 “솔직히 말하면 AI (인공지능)한테 내 걱정거리를 적어주고 더 그럴듯하게 써달라고 했어”라고 자백함 ㅋㅋㅋ. 알고 보니 이 전화 건 사람들 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조 소속 정치 운동가들이었어.
밴쿠버 노조 위원장은 미국 동지들한테 연대의 의미로 전화 좀 걸어달라고 부탁한 게 맞다면서 “국경을 넘은 노동자들의 연대일 뿐 외국의 개입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나오더라. 노조 측은 이 개발 계획이 서민을 위한 진짜 저렴한 주택 대신 비싼 아파트만 짓게 될 거라며 반대한다는데, 사실 호텔이 너무 많이 생기면 기존 노조원들 일거리가 줄어들까 봐 호텔 승인 자체를 막으려는 속내도 있어 보여.
진짜 밴쿠버 시민들도 이 개발 계획을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갈려서 며칠 동안 밤새워 의견을 내고 있는데, 뜬금없이 캘리포니아 친구들까지 참전하다니 진짜 폼 미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