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입고 와도 되는데 구명조끼 지퍼는 꼭 올려라
밴쿠버 폴스크릭 (도심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바닷물 만) 위에서 여자애들이 노를 착착 맞춰 젓고 있음. 바람이 방향을 살짝 틀어놔도 그냥 밀고 들어와서 부두에 도착하고, 웃으면서 우르르 기어 올라옴. 그중 한 명은 잠옷 그대로 참가했는데, 구명조끼가 간지럽다고 지퍼를 몰래 내려놨다가 스태프 엘리자베스한테 딱 걸림. 본인 변명은 “나 수영할 줄 알아.” 배짱 좋다 진짜.

이거 ACCESS (원주민 진로·취업 지원 단체)가 운영하는 원주민 여자 청소년 카누 리더십 여름 프로그램이야. 도시에서 자라면서 자기 문화랑 거리가 멀어진 원주민 여자애들을 뿌리랑 다시 연결해주는 게 목표.

스키퍼 (카누를 지휘하는 사람) 렘코 헤스(28)가 말하는 규칙이 웃긴데, 삐딱하거나 축 처진 태도는 금지래. 그것도 안전상의 이유로. 근데 듣고 보면 말이 됨 — 카누는 누구든 뒤집을 수 있어서 서로 믿고 좋은 기운을 가져와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물 위에 나가면 아무도 남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처음엔 쭈뼛대던 애들도 끝날 때쯤엔 다 껍질 깨고 나와서 떠들고 웃고 농담 던진다고 함.

ACCESS 대표 린 화이트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진짜 힘든 노동이라고 덧붙임. 인생 교훈도 딸려옴. 다 같이 안 저으면 아무 데도 못 간다는 거.

참가자들 얘기가 진짜 좋아. 14살 조세핀은 조상들이 하던 일이고, 해안 부족의 일원으로서 물과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저기 나가 있으면 마음이 진짜 편하다고 함. 3년째 노 젓고 있는 24살 데스티니는 할머니가 기숙학교 (원주민 아이들을 가족에게서 강제로 떼어내 수용했던 캐나다의 과거 제도) 생존자라서, 자기가 지금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원주민이 얼마나 질기게 버텨왔는지 보여주는 거라고 말함.

프로그램은 무료고 화·목요일. 오전엔 폴스크릭에서 노 젓고, 오후엔 이스트 헤이스팅스의 원주민 프렌드십 센터에서 목각 같은 전통 기술을 배움. 참가 조건은 따로 없고 잠옷도 환영. 단 하나, 구명조끼 지퍼는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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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그래서 이 한가한 잔치에 세금은 얼마나 들어가는 건데?
CA •
    
아이들 카누 프로그램도 잔치로 보이시는 걸 보니, 세금보다 원주민이 노 젓는 장면이 더 불편하신 걸까요?
ㅎㅎㅈ •
    
정착 다 겪어본 입장에서 보면, 뿌리 찾기 프로그램을 잔치라 부르는 거 그냥 자격지심 코스프레지. 손이 불편한 거지 세금은 핑계고
ㄱㅋㄱ •
와, 북 두드리던 데서 이제 카누 노 젓기까지 왔네요. 퍼스트 네이션이 캐나다에 기여하는 폭이 참 눈부시게 넓어지는 걸 보니 흐뭇합니다
J •
누군가 자기 혈통이나 문화, 민족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고 그걸 평화롭게 표현하며 즐기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반대하는 건 정부가 사람들을 분류하고 법적으로 민족 집단에 배정한다는 점입니다. 그건 차별이죠. 사람은 다 그냥 사람으로 태어납니다. 캐나다인을 원주민과 비원주민으로 법적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민족 차별입니다.

자기 뿌리를 느껴보려는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정작 정부 때문에 편견의 틀에 갇히게 된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시민을 민족별로 법적으로 분류하면서 정부가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래도 참가한 아이들에게는 이 카누 경험이 즐겁고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PA •
“참가하는 데 특별한 조건은 없다”라니.

그건 잘못 알고 있는 거지. 혈통 조건이 딱 걸려 있잖아
LE •
스포츠든 예술이든 문화 활동이든, 정부 지원금 받는 프로그램은 널렸습니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다 정치적이지 않은 것처럼, 자기가 소속감을 느끼는 뿌리를 체험하는 사람들을 두고 뭐라 할 이유는 없죠. 참가자들이 즐겁게,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반대하는 건 원주민이 다른 캐나다인에게는 없는 태생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식의 전제입니다. 사회에 얼마나 일하고 기여했는지와 무관하게 사회가 자기들에게 빚을 졌다는 태도를 끊임없이 내세우는 원주민 지도자들 말이에요.

빼앗긴 땅, 식민주의, 깨진 약속 같은 말들을 무기처럼 휘두르면서 퍼뜨리는 편견에 반대하는 겁니다.

젊은 세대가 정치나 편견으로 끌고 가지 않고, 다른 모든 민족 출신 캐나다인들처럼 그냥 자기 뿌리를 즐기고 있다는 건 그래도 희망적이네요.

사람은 다 그냥 사람으로 태어납니다. 시민은 다 똑같은 시민이에요. 이상입니다
P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