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개스타운에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는 식당이 생겼는데 폼이 심상치 않아. 원래 비건 식당이 있던 자리에 고기 전문점인 “앙트르코트(Entrecôte)”가 들어선 건데, 완전 옛날 파리 비스트로(작고 편안한 프랑스식 식당) 느낌으로 분위기를 싹 바꿨어. 메뉴가 딱 하나뿐인데도 평일 저녁 7시에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핫플로 떠오르고 있지.
자리에 앉으면 종업원이 와서 고기 굽기만 딱 물어봐. 그리고 테이블에 깔린 종이에 시크하게 “MR(미디엄 레어)” 하고 적어두고 가는 게 주문의 전부야. 44달러짜리 “라 포뮬(La Formule, 정해진 코스 메뉴)” 단일 메뉴인데, 하우스 비네그레트(식초와 기름을 섞은 드레싱)를 뿌린 호두 샐러드가 먼저 나오고, 그 뒤에 감자튀김을 곁들인 스테이크가 나와. 여기서 진짜 찢었다고 할 수 있는 포인트는 이 감자튀김이 무한 리필이라는 사실이지.
여기 사장님이 밴쿠버 사람들은 고기 입맛이 깐깐한 “고기 스놉(고급 고기만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최고급 앵거스 AAA 등급 고기만 고집한대. 고기 자체는 심플하게 간을 하고, 사장님이 집에서 수없이 테스트해서 만든 특제 소스가 멱살 잡고 캐리하는 스타일이야. 소스 레시피는 주방에서도 소수만 아는 일급비밀이라네. 감자튀김도 눅눅하지 않게 바삭함을 살리려고 빛의 속도로 두 번 튀겨서 나오는데, 고기랑 소스를 듬뿍 찍어 먹으면 완전 극락이지.
직접 먹어본 결과, 스테이크가 막 눈물이 줄줄 흐를 만큼 충격적인 수준은 아니어도 기본기가 탄탄했고, 마티니랑 와인이 술술 넘어가는 맛이었어. 예약은 따로 안 받아서 눈치 게임 성공해서 줄을 서야 해. 벌써 하루에 스테이크를 300개씩 팔아치우고 있다니까 말 다 했지. 나중에 1년 뒤나 5년 뒤에 다시 가도 늘 한결같은 맛을 내는 게 이 식당의 목표라니, 고기에 진심인 쩝쩝박사들이라면 꼭 한번 도장 깨기 하러 가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