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킹스웨이에 있는 2400 모텔 알지? 1946년에 지어져서 낡긴 했지만 특유의 레트로한 네온사인과 미국식 방갈로 느낌 덕분에 헐리우드 촬영지로 폼 미쳤던 곳이잖아. 엑스파일, 수퍼내추럴, 베이츠 모텔, 옐로우재킷, 그리고 올해 전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공포영화 백룸까지 전부 여기서 찍었다는 사실.
근데 이 감성 넘치는 모텔이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각이야. 1989년부터 이 땅을 소유하고 있던 밴쿠버 시청이 여기를 싹 밀어버리고 18층에서 28층짜리 아파트 4동을 짓겠다고 발표했거든. 무려 863세대의 렌탈홈(임대주택)이랑 어린이집이 들어온대. 원래는 스트라타(개별 분양 아파트)랑 소셜 하우징(공공 임대주택)을 섞으려고 했는데, 켄 심 시장이 시유지로 수익을 내겠다며 전부 마켓 렌탈(시세대로 월세를 받는 임대주택)로 돌려버렸어. 요즘 밴쿠버 주택난이 헬게이트 수준이라 시청 입장에서는 노른자 땅에 빽빽하게 아파트를 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인 거지.
문제는 영화계 반응이야. 이만한 미국 갬성의 진짜배기 모텔 세트장이 밴쿠버에 거의 안 남아서 영화인들은 엄청 아쉬워하고 있어. “이제 이런 레트로 감성 찍으려면 개발 덜 된 밴쿠버 아일랜드나 내륙 깡촌까지 가야 한다”며 씁쓸해하는 중이지. 솔직히 영화 산업이 밴쿠버 경제에 꽂아주는 돈도 엄청나잖아?
결국 주택난 해결이냐, 영화 산업과 도시의 낭만 보존이냐를 두고 의견이 팍팍 갈리고 있어. 당장 집이 부족하니 아파트 짓는 게 맞다는 쪽도 있고, 어차피 공실도 많은데 무리하게 개발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는 중이지. 아무튼 밴쿠버의 낭만 하나가 시멘트 덩어리로 바뀐다니 왠지 모르게 씁쓸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