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과일 코너에 갔는데 캐나다산을 사고 싶어도 죄다 미국 워싱턴주 사과만 뒹굴고 있는 거 본 적 있지? 명색이 사과로 유명한 BC주인데 우리 동네 사과는 다 어디로 숨었나 싶잖아.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한 타이밍 문제야. 작년 수확물은 이미 몇 달 전에 싹 다 품절됐고, 올해 수확(농작물을 거둬들이는 일)은 이제 막 시작해서 마트 매대에 깔리려면 아직 몇 주는 더 기다려야 하거든.
근데 더 심각한 진짜 문제는 따로 있어. 지난 20년 동안 BC주 사과 산업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거야. 이웃 동네인 워싱턴주 농장들의 어마무시한 물량 공세에 밀리고, 궂은 날씨에 치이면서 농사 접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졌지. 워싱턴주가 1년에 1억 7천만 박스를 찍어낼 때 우리 동네 오카나건(BC주 내륙의 주요 과일 산지)은 겨우 250만 박스 생산하는 수준이라, 사실상 걔네가 가격을 맘대로 쥐락펴락하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7월에는 88년이나 된 BC주 과일 협동조합(농민들이 모여 만든 판매 및 유통 조직)마저 하루아침에 파산해버렸어. 이제 농부들은 과일을 어디다 팔아야 할지 막막해진 거지. 마트에서는 사과를 파운드당 4.99달러에 팔아재끼는데, 정작 피땀 흘려 키운 농부들 손에 떨어지는 건 고작 30센트라니 제대로 현타가 올 수밖에.
그래도 굳건히 로컬 사과를 찾고 싶다면 꿀팁이 하나 있어. 브랜드 로고가 비슷해 보여도 사과에 붙은 스티커를 매의 눈으로 확인해 봐. 워싱턴산인지 BC산인지 다 적혀 있거든. 가끔 워싱턴 사과를 로컬인 척 속여서 파는 얌체 같은 곳도 있으니까, 매장에서 그런 걸 발견하면 당장 매니저한테 팩폭을 날려주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