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밴쿠버 FIFA(국제축구연맹) 팬 페스티벌에 50만 명이 넘게 오고, 경기장에도 30만 명 이상 꽉꽉 찼다며? 소셜 미디어 조회수도 두 달 만에 7천만 회를 찍었다고 하니 완전 성공한 셈이지. 근데 여기서 아무도 안 물어보는 팩트 폭격 하나 갈게.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박물관에 간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경제 효과 보고서는 2027년이나 돼야 나온다는데, 그때면 이미 다 까먹고 폼 다 죽었을 때잖아. 우리가 진짜 어떤 도시인지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긴 한 건지 킹리적 갓심이 든다니까.
며칠 전에 버나비 빌리지 박물관(과거 캐나다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민속촌 같은 곳)에 갔거든. 근데 거기서 완전 찐 감동 모먼트가 있었어. 식료품점 코너에서 무광 검정 주전자랑 무거운 다리미를 봤는데, 이집트에 계시던 우리 할머니가 쓰시던 거랑 존똑인 거야. 나 말고도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다 같이 그 선반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 국적은 달라도 갬성은 여권이 필요 없다는 걸 확 느꼈지.
이 박물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 더 소름 돋아. 1970년에 집 한 채로 시작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알아서 지하실 공사도 해주고, 어떤 은행 건물은 바지선(화물을 실어 나르는 바닥이 평평한 배)으로 통째로 옮겨왔대. 심지어 1912년에 만들어진 회전목마가 뉴욕 경매로 팔려갈 뻔하니까 밴쿠버 시민들이 돈 모아서 지켜냈다는 거 아님? 이게 바로 밴쿠버의 진짜 폼이지.
월드컵 때 길거리에서 뿜어져 나왔던 그 훈훈한 바이브도 사실 원래 우리한테 있던 거야. 겉보기에 화려한 인프라(경기장이나 호텔 같은 시설)로 어그로 끄는 것도 좋지만, 우리만의 소울과 헤리티지(역사적 유산)를 먼저 밀어야 하지 않을까? 세계 사람들이 우릴 그냥 “구경”하게 놔둘 건지, 아니면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게” 만들 건지 뼈 때리는 고민을 해봐야 할 타이밍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