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캐나다 에드먼턴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완전 아찔한 일이 있었어. 6살짜리 꼬마가 쉬는 시간에 놀다가 갑자기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고 눈이랑 입술이 퉁퉁 붓기 시작한 거야. 알레르기 병력도 없던 아이였는데 말이지.
숨까지 헐떡이는 폼이 심상치 않아서 교장 선생님이랑 직원이 바로 아나필락시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걸 직감하고 에피펜 (알레르기 응급 주사기)을 허벅지에 팍 꽂았어. 다행히 꼬마가 으앙 하고 우는 소리를 듣고 다들 기도가 열렸구나 하고 안도했지.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알버타주에서는 2020년부터 모든 학교에 여분의 에피펜을 무조건 구비하도록 법으로 정해놨기 때문이야. 미국 데이터를 보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쇼크의 25%가 이 꼬마처럼 생전 처음 겪는 경우라고 해.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거지.
근데 웃픈 건 BC주 상황이야. 여기는 학교에 심장충격기나 나록손 (마약 해독제)은 필수로 둬야 하는데 정작 훨씬 자주 쓰는 에피펜은 의무가 아니래. 의사 선생님들은 에피펜이 설령 알레르기가 아닌 사람한테 잘못 놔도 심장만 좀 빨리 뛰고 마는 엄청 안전한 약이니까 제발 팍팍 좀 쓰자고 답답해하고 있어.
하나에 10만 원쯤 하는 주사를 집에도 두고 학교에도 두기엔 학부모들 지갑 사정도 팍팍하잖아. BC주 교육부도 이런 요청을 알고는 있다는데, 아직은 학교 재량에 맡긴다며 선을 긋고 있네. 과연 BC주 학교들에도 에피펜이 기본템으로 장착될 수 있을까 지켜보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