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발생한 항공기 테러 사건)가 터졌을 때, 밴쿠버의 신참 소방관이었던 키스 스튜어트는 동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수십 명의 밴쿠버 소방관들과 함께 뉴욕으로 날아갔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동료들이었지만, 그들을 위해 정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지.
당시 뉴욕은 끔찍한 비극으로 인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 밀려드는 장례식을 감당하기조차 벅찬 상황이었어. 스튜어트는 단 5일 동안 무려 13번의 장례식에 참석하며 유가족과 동료들의 엄청난 슬픔을 함께 나눴다고 해. 한 장례식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소방관이 친구를 추모하며 펑펑 우는 모습을 보고 곁에 있던 모두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
밴쿠버 시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어. 한 달 뒤, 소방관들이 거리에 서서 소방 장화에 모금을 받기 시작했는데, 단 12시간 만에 60만 달러(한화 약 8억 원)라는 엄청난 금액이 모였거든. 이 돈을 전달하러 간 밴쿠버 소방관들을 위해 뉴욕 시민들은 밥을 사주고 경찰차로 에스코트를 해주며 따뜻하게 환영해 줬어.
어느덧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그곳에 갔던 소방관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날의 충격과 깊은 슬픔이 흉터처럼 남아있어. 밴쿠버 소방서 1안전센터에는 당시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9.11 테러 붕괴 현장)에서 발견된 먼지투성이의 밴쿠버 소방서 티셔츠가 액자에 담겨 걸려있어. 찢어지고 구멍 난 이 티셔츠는 희생된 뉴욕 소방관 중 한 명이 입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국경을 뛰어넘는 소방관들의 끈끈한 연대감을 보여주고 있지.
비록 너무나도 끔찍하고 아픈 비극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밴쿠버 소방서도 많은 것을 배웠어. 더 나은 개인 보호 장비를 도입하고, 정신 건강 지원을 늘리고, 유독 가스로 인한 암 조기 검진 등 소방관들의 안전과 처우를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고 해.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