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 보면 진짜 헬게이트 열리는 교차로들이 있지. 밴쿠버에서 내가 꼽는 최악의 마의 구간은 바로 하우 스트리트(Howe Street)랑 퍼시픽 대로(Pacific Boulevard)가 만나는 곳이야. 거긴 마트, 약국, 카페에 59층짜리 밴쿠버 하우스 콘도까지 있어서 차도 많고 자전거도 많고 해변 가는 사람들로 터져나가거든.
보행자 중 십중팔구는 스마트폰 화면만 뚫어져라 보거나 이어폰 끼고 있어서 주변을 아예 안 본다고 보면 돼. 게다가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떡하니 있어서 날씨 좋은 날엔 자전거 부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
지난 7월에 여기서 우회전하려다가 진짜 식겁한 썰 푼다. 초록불 켜지고 보행자, 자전거, 눈치 없이 끼어드는 좌회전 차량까지 싹 다 확인하고 천천히 도는데, 갑자기 운전자 없는 유령 스쿠터가 내 앞으로 훅 지나가는 거야. 흠칫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자세히 보니까 세상에, 어떤 빌런이 스쿠터에 바짝 쭈그려 앉아서 타고 있더라. 진짜 운전석 시야에선 아예 안 보이는 폼 미친 스텔스 모드였어.
만약 그대로 쳤으면 ICBC(브리티시컬럼비아주 자동차 보험 공사)는 무조건 내 과실로 잡았을 거고, 길에서 폰만 보던 사람들은 팩트 체크는커녕 아무것도 못 봤을 게 뻔해.
그날 이후로 나는 쇠고랑 차기 싫어서 그냥 두 블록을 더 가서 안전하게 돌아가는 경로를 택하고 있어. 다들 운전할 때 목에 기름칠하고 사방팔방 잘 살펴.
참, 저번 주에 물어본 공기 질 문제에 대해서도 메일 엄청 많이 왔어. 산불 연기 때문에 숨쉬기 힘들어서 공기청정기 들였다는 사연부터, 화석연료 줄이려고 EV(전기차) 타거나 고기 끊고 채식한다는 갓생러들까지 다양하더라. 밴쿠버 공기 질이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다들 호흡기 잘 챙기면서 안전하게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