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약자들 편에 섰던 캐나다 BC주 레전드 판사님 별세
캐나다 BC주에서 아주 훌륭한 판사님이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어. 토마스 고브라는 분인데,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특히 상처받은 아이들과 중독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셨지. 단순하게 벌만 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사람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셨던 분이야.

이 분의 업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994년에 맡았던 아동 학대 사건 조사야. 수십 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어 목숨을 잃은 5살 매튜 사건의 진상을 밝혔지. 이 조사를 통해 무려 118개의 개선안이 나왔고, 결국 BC주에 아동가족부(Ministry for Children and Families, 아동 보호와 가족 복지를 전담하는 주 정부 부처)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어.

게다가 2008년에는 캐나다 최초로 다운타운 커뮤니티 법원(Downtown Community Court,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 및 복지 서비스를 사법 절차와 통합한 특수 법원)을 설립하는 데 앞장서셨어. 범죄를 단순히 처벌하는 걸 넘어서, 치료와 주거 지원 같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재판 과정에 도입한 거지. 은퇴 후에도 정신 질환이나 약물 중독을 겪는 사람들을 범죄자가 아닌 환자로 대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셨어.

가족들을 무척 사랑하셨고, 유독 강아지들을 아끼셨다고 해. 유족들이 부고에 역대 반려견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다 적었을 정도니까 말이야. 사촌은 고브 판사님이 하늘나라에 가면 그동안 사랑했던 반려견들이 꼬리를 흔들며 마중 나올 거라며 그리워했어. 약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따뜻한 분이셨는데, 참 먹먹해지는 소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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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정말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T •
고브 판사님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았는데,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쓰시던 모습에 늘 감사했습니다. 법원의 다른 많은 분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정말 보석 같은 분이셨습니다
PE •
    
법원의 다른 분들은 안 그랬다는 말에 좀 서운함이 묻어나는데, 변호사나 사회복지사로 그쪽에서 오래 일했던 분인가? 현장에서 답답한 일 꽤 겪어봤으니 저 판사님이 더 귀하게 느껴졌을듯 ㅠㅠ
ㅋㅇㅇ •
    
현장 오래 굴러본 사람일수록 저런 판사가 얼마나 희귀한지 바로 알지. 시스템 한복판에서 사람을 본 판사라 더 보석 같았을 듯
ㅈㄹㄹㄹ •
“제가 변호사 시절 변호하고 훗날 판사로서 판결했던 이들 중에는 헤로인이나 알코올 중독자가 많았습니다. 제 초임 시절에는 판사가 이들을 입원 치료 프로그램에 보낼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었죠. 교정 당국은 메이플리지와 칠리왁 밸리 등을 중심으로 출소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기술을 배워 다시는 법정에 서지 않도록 돕는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심지어 야외 산림 근로 캠프도 있었고, 1970년대 BC주는 범죄자 교화의 선구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다 변했습니다. 당시엔 구세군 같은 민간 재활 시설도 있었고 중증 정신질환자는 병원 치료 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산림 캠프도 사라지고 민간 시설은 예산 부족에 시달리며 정신병원은 사실상 문을 닫았습니다.” - 토마스 고브 판사

요즘 BC주는 산림 캠프 대신 중독자들에게 무료 마약과 주사 바늘, 흡입용 파이프나 쥐여주고 있더군요. 일과 기술을 가르쳐주던 산림 캠프가 훨씬 낫다는 고브 판사님의 말씀에 백번 동의합니다
JO •
고브 판사는 상식과 온정을 두루 갖춘 진정한 진보주의자였습니다.

사회에 어설픈 징벌적 회복주의 사법만 억지로 들이밀면서 분란만 일으키는 요즘 극단적 진보주의자들과는 격이 다른 분이었죠
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