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머랜드 근처에서 발생한 산불 때문에 2026년 오카나간 와인들에 연기 오염(Smoke Taint: 산불 연기 속 화합물이 포도 껍질을 뚫고 들어가 와인 맛을 변질시키는 현상) 문제가 꽤 심각할 것 같아.
다행히 건강에 나쁜 건 아니고 순전히 맛과 퀄리티 문제이긴 해. 포도가 불에 타서 그런 게 아니라, 베레종(Veraison: 포도가 부드러워지고 색이 변하며 익어가는 시기) 때 포도밭에 짙게 깔린 연기 때문이거든. 와인에서 재떨이나 캠프파이어, 탄 나무 냄새가 난다면 바로 그 연기 오염 당첨인 거지. 끝맛에서 씁쓸한 담뱃재 맛이 과일 향을 싹 덮어버리기도 해.
요즘 와이너리들은 옛날처럼 운에 맡기지 않고 수확 전에 연구소에 샘플을 보내서 꼼꼼하게 테스트를 돌려. 흥미로운 건, 오크통에서 나는 기분 좋은 스모키함이랑 연기 오염을 일으키는 화합물이 똑같다는 거야. 그래서 연기 냄새가 아주 살짝만 배면 오히려 와인 풍미가 깊어지는 뜻밖의 이득을 보기도 해. 완전 럭키비키잖아.
피해가 적은 포도는 다른 와인이랑 섞어서 냄새를 희석하기도 하고, 학자들도 와인 고유의 맛은 살리면서 연기 화합물만 싹 빼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니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어. 팬데믹에 한파, 이번 산불까지 농사짓는 분들 멘탈 챙기기 진짜 빡셀 텐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팩트체크 안 된 카더라 통신은 거르고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하는 와이너리들을 응원해 주는 것 아닐까.
그나저나 캘리포니아의 한 와이너리는 와인이 너무 안 팔려서 포도밭을 밀어버리고 해바라기 수천 송이를 심었대. 관광객이라도 끌어모으려는 눈물겨운 몸비틀기인데, 요즘 와인 업계도 진짜 바람 잘 날이 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