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밴쿠버 시의회가 ‘빌리지 플랜 (도시의 6분의 1 지역에 최대 6층 건물을 짓도록 강제하는 계획)’ 때문에 민원에 싹 다 털렸잖아. 결국 10월 선거를 코앞에 두고 시민들 눈치가 보였는지 이 계획을 쿨하게 폐기했지 뭐야.
근데 우리가 몰랐던 소름 돋는 반전이 있어. 시의회가 지난봄에 향후 30년짜리 ‘공식 개발 계획 (ODP, 도시 전체의 재개발 청사진)’을 만장일치로 조용히 통과시켜 놨다는 사실. 이 안에는 방금 말한 빌리지 플랜은 물론이고, 브로드웨이나 제리코 지역 같은 대규모 업조닝 (용도변경을 통해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인구 밀도를 높이는 것) 계획들이 전부 다 포함되어 있어. 주차장도 안 만들고 26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올릴 수 있게 미리 판을 깔아둔 거지.
이게 알려지니까 건축가랑 도시 계획 전문가들이 모인 ‘하우징 리셋 (주택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는 연합체)’이 이건 선 씨게 넘었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어. 이 사람들은 이 묻지마 개발이 결국 개발업자들 배만 불리고 땅값만 우주로 보내버릴 거라고 경고하고 있어. 게다가 공청회도 없애버려서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생겨도 주민들은 입도 뻥긋 못 하게 생겼어. 더 웃긴 건 집이 모자라다면서 이미 지어진 콘도 수천 채는 팔리지도 않고 빈집으로 남아 있다는 거야.
BC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통과시켰다고 변명하는 의원도 있는데, 전문가들은 “핑계 대지 마, 니들이 주정부 기준보다 더 심하게 밀어붙였잖아”라며 팩트 폭격을 날리고 있어. 당장 눈앞의 계획 하나 취소했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우리 동네가 앞으로 30년 동안 어떻게 털릴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