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밴쿠버 시의회의 30년 큰그림 그리고 우린 다 낚였다
이번 여름 밴쿠버 시의회가 ‘빌리지 플랜 (도시의 6분의 1 지역에 최대 6층 건물을 짓도록 강제하는 계획)’ 때문에 민원에 싹 다 털렸잖아. 결국 10월 선거를 코앞에 두고 시민들 눈치가 보였는지 이 계획을 쿨하게 폐기했지 뭐야.

근데 우리가 몰랐던 소름 돋는 반전이 있어. 시의회가 지난봄에 향후 30년짜리 ‘공식 개발 계획 (ODP, 도시 전체의 재개발 청사진)’을 만장일치로 조용히 통과시켜 놨다는 사실. 이 안에는 방금 말한 빌리지 플랜은 물론이고, 브로드웨이나 제리코 지역 같은 대규모 업조닝 (용도변경을 통해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인구 밀도를 높이는 것) 계획들이 전부 다 포함되어 있어. 주차장도 안 만들고 26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올릴 수 있게 미리 판을 깔아둔 거지.

이게 알려지니까 건축가랑 도시 계획 전문가들이 모인 ‘하우징 리셋 (주택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는 연합체)’이 이건 선 씨게 넘었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어. 이 사람들은 이 묻지마 개발이 결국 개발업자들 배만 불리고 땅값만 우주로 보내버릴 거라고 경고하고 있어. 게다가 공청회도 없애버려서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생겨도 주민들은 입도 뻥긋 못 하게 생겼어. 더 웃긴 건 집이 모자라다면서 이미 지어진 콘도 수천 채는 팔리지도 않고 빈집으로 남아 있다는 거야.

BC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통과시켰다고 변명하는 의원도 있는데, 전문가들은 “핑계 대지 마, 니들이 주정부 기준보다 더 심하게 밀어붙였잖아”라며 팩트 폭격을 날리고 있어. 당장 눈앞의 계획 하나 취소했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우리 동네가 앞으로 30년 동안 어떻게 털릴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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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어라? 기사 앞부분에서는 피트 프라이를 포함해서 몇몇 의원들이 투표 자격이 없었다고 적혀 있잖아요.

근데 기사 후반부 보니까 피트 프라이 본인이 직접 “저는 찬성 투표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도대체 뭔가요? 앞뒤가 전혀 안 맞네요
JO •
    
투표 자격은 없다면서 찬성표는 던졌다니, 문은 잠갔는데 발자국은 안에 남은 셈인가요?
ㅈㄴㄴ •
    
자격 없는데 표는 찍혀 있으면 그건 투표가 아니라 무단침입이지. 이민 서류는 점 하나만 틀려도 반려되던데 시의회는 참 관대하네
ㅋㄴㄴ •
밴쿠버에 그나마 남아있던 살기 좋은 환경을 대놓고 계획적으로 박살 내는 짓거리다.

정치인 놈들이 부동산 개발업자들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게 아주 노골적으로 느껴지네. 시의원이고 도시계획과고 싹 다 모가지 자르고 처음부터 다시 판 짜라
TO •
야 이거 폭주 기관차인데 누가 비상 브레이크 좀 빨리 당겨라
T •
이 세상에 정직한 정치인이 단 한 명이라도 남아있기는 한 걸까요? 굳이 대답 안 해주셔도 됩니다. 답은 이미 뻔하니까요. 절대 없죠
PA •
이른바 “계획”이라는 작자들은 공사 중인 세낙의 거대한 흉물은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무시하는 겁니까? 땅 파기 전에 시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뇌물과 정치적 뒷거래에 굴복한 거죠. 둘 다 똑같은 적폐나 다름없습니다. 흉측한 덩어리 세 개가 떡하니 올라가고 있는데 대체 다음 계획은 뭡니까? 더 늦기 전에 철거부터 하는 게 답입니다.

브로드웨이 같은 다른 허황된 계획들은 뒤늦게 주민 반발과 경제적 현실에 부딪히고 있는데, 저쪽 동네는 예외인가 보네요. 그 와중에 예산은 수십억 달러 초과되고 개통은 몇 년이나 밀린 아버투스행 유령 열차는 계속 땅을 파대며 혈세와 상권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다들 투표 똑바로 하세요
BR •
도시 인구 늘어날 때 들어가는 행정 비용은 그냥 기하급수적임. 주민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서비스 비용도 덩달아 폭증해서 규모의 경제 따위는 1도 안 통함.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고 그 비용 감당 못 하는 사람들한테 보조금 쥐여줘야 하는 악순환만 점점 더 심해질 뿐임
MI •
2015년에 노숙자 문제를 싹 없애고 2020년엔 세계 최고의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주시더니, 시청 도시계획관님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네요. 우리가 어디서 살고 일하고 놀아야 할지 전문가답게 일일이 점지해 주시니 참 든든합니다.

우리 같은 비전문가 주민들이 알아서 동네 일구며 살던 방식 따윈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위대한 진보의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 훈계하고 쥐잡듯 잡느라 바쁘신 건 알겠는데, 한 30~40년 전부터 그랜빌 거리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던 약속이나 먼저 지키면서 실력 검증부터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