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다운타운 바닷가가 쫙 보이는 콜하버(Coal Harbour, 밴쿠버의 고급 해안가 동네)에 으리으리한 11층짜리 새 건물이 하나 올라갔어. 시에서 무려 1300만 달러(약 120억 원)나 들여서 지은 건물인데, 초등학교랑 가족용 임대주택, 그리고 69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데이케어(Daycare, 어린이집)까지 싹 다 들어갔지.
근데 킹받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대기표 뽑고 기다리는 가족만 5000가구인데, 이 삐까뻔쩍한 어린이집이 텅텅 비어있다는 거임.
이유가 뭐냐고? BC주(British Columbia, 캐나다 서부 주) NDP(신민당, 현재 BC주 집권 여당) 정부가 하루 10달러 어린이집 지원 프로그램 확장을 갑자기 일시 정지 때려버렸거든. 운영을 맡은 VSOCC(밴쿠버 어린이 센터 협회)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금 없이 일반 보조금만 받아서는 노조 소속 보육교사들 월급 주고 나면 매년 24만 달러(약 2억 4천만 원)씩 적자가 난다는 거지. 그래서 억울하게 문도 못 열고 있는 상황이야.
게다가 마폴이나 오크리지 같은 다른 동네에 오픈 예정인 어린이집들도 줄줄이 오픈 보류될 위기라네.
더 골때리는 건, 정작 이 사태를 만든 NDP의 당대표 데이비드 이비(David Eby, BC주 주수상)의 자녀들은 그 귀하다는 10달러짜리 어린이집을 꿀빨며 다니고 있었다는 게 밝혀졌어. 보수당(Conservatives, BC주의 우파 야당) 쪽에서는 완전 기회주의자 내로남불이라고 물어뜯고 있지. 이비 대표는 자기는 혜택받을 필요가 없어서 할인받은 만큼 기부했다고 쉴드를 쳤지만, 애초에 제도가 제대로 돌아갔으면 욕먹을 일도 없었을 거라는 팩폭만 오지게 맞고 있어.
결국 보육 정책이 선거판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셈인데, 이 텅텅 빈 어린이집은 언제쯤 애들 왁자지껄한 소리로 채워질지 미지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