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가 2020년에 밴쿠버로 은퇴한 플로리아 추이 할머니 이야기 하나 해줄게. 은퇴 후 여행이나 다니며 푹 쉬려던 참이었는데, 2022년 봄에 윗배가 살짝 아픈 걸 느꼈어. 새로 만난 가정의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췌장암은 아니겠죠”라고 했는데, 그게 진짜 길고 험난한 췌장암 투병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지.
참고로 췌장(소화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는 복부 깊숙한 곳에 있는 장기)에 생기는 암은 캐나다에서 암 사망 원인 3위일 정도로 무서운 병이야. 증상이 늦게 나타나서 조기 발견이 진짜 중요하거든.
추이 할머니는 초음파 검사를 받고 싶어 했는데, 의사는 소화불량인 줄 알고 위산 억제제만 주고 엉뚱한 검사만 계속 반복한 거야. 할머니는 가정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참다가, 1년이 훌쩍 넘어서야 겨우 초음파를 받았는데 결국 췌장에서 종양이 발견됐어. 심지어 전문의 예약도 연휴 핑계로 계속 밀리니까, 할머니가 직접 전화통을 붙잡고 끈질기게 요구해서 겨우 진료를 앞당겼지.
처음엔 가망이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지만, 시애틀까지 가서 두 번째 소견을 듣고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대. 독한 항암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인 다음, 휘플 수술(췌장 머리 부분과 주변 장기들을 절제하는 아주 복잡하고 큰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았어.
의사 출신이었던 본인조차 병원 시스템 안에서 방치될 뻔했다면서, 내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말고 의사한테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니까, 이상하면 무조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