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버스 타면서 멍 때리다가 한 번쯤 봤을 법한 그 감성 돋는 시들, 이제 2027년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대.
TransLink(밴쿠버 대중교통 운영기관)가 재정 압박을 핑계로 “Poetry in Transit(대중교통 속의 시)”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통보했거든.
근데 어이없는 건 뭔지 알아? 이 프로그램은 Books B.C.(BC주 도서 협회)가 전액 지원하고 관리한다는 거야. 트랜스링크는 그저 빈 광고 자리를 내주는 in-kind(현물) 지원만 해왔을 뿐인데 돈 없다고 징징대며 갑자기 방 빼라고 한 거지. 심지어 버스 광고 자리는 안 팔리고 텅텅 비어 있는 경우도 허다해서, 시를 없앤다고 갑자기 수익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1996년부터 시작돼서 매년 10명의 시인들에게 버스라는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줬던 혜자 프로그램인데, 하필 지난 2월에 이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샌디 슈리브가 세상을 떠난 직후에 이런 통보를 받아서 시인들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고 있어.
어떤 커플은 버스에서 본 시를 결혼 서약서에 썼을 정도로 삭막한 출퇴근길에 꽤나 낭만적인 힐링을 줬던 존재였지. 지금 시인들은 change.org(글로벌 온라인 서명 플랫폼)에서 프로그램 부활을 위한 서명 운동까지 하면서 폼 끌어올리는 중이야. 돈 내고 예술을 소비하기 팍팍한 이 도시에, 버스 창밖 보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시 한 편 정도는 남겨줘도 되지 않을까 싶네.

